“딱히 정해진 목적 없이, 조용한 밤을 보낸 공간”
“딱히 정해진 목적 없이, 조용한 밤을 보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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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좋았다. 단지 조용하면
오늘은 계획도 없었고,
굳이 누군가와 마주치고 싶지도 않았다.
어딘가 조용한 곳에
그냥 잠깐만이라도 머물고 싶었다.
머릿속을 가볍게 비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밤이었다.
걷다 보니 떠오른 기억 하나
예전에 친구와 무심코 들렀던 공간이 생각났다.
대단한 시설이나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지만
분위기가 좋았고
무엇보다 조용했다.
그게 전부였는데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필요한 만큼만 준비되어 있었다
다시 방문해보니
그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하지 않은 조명,
기본이 잘 갖춰진 공간,
그리고 무리 없이 다가오는 응대 방식.
그 이상은 원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건 편안함이다
매니저 초이스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을 땐
잠시 고민했지만,
막상 선택하고 나니
오히려 더 편했다.
내가 원하는 거리를 유지해주는 응대.
이 공간의 매력은
그 배려에 있는 것 같다.
음악은 오늘따라 더 가볍게 들렸다
크게 부르지도 않았고,
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볼륨이 높지 않아도
충분히 공간을 채웠다.
그냥,
조용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
그게 이 공간의 음향이었다.
아무 말 없이 나올 수 있는 마무리
대부분의 공간은
입장보다 퇴장할 때 더 많은 말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선
끝까지 조용하게 나올 수 있었다.
무리 없이 들어가
무리 없이 나올 수 있는 공간.
그게 더 귀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